[동대구로에서] 공립 반려동물 테마파크, 지역 발전 새로운 길 연다

재원 :

강승규 사회부 차장

주식 : 소중한 존재와의 이별은 누구에게나 큰 슬픔이다. 사람뿐 아니라 가족 또는 친구처럼 지내던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일도 마찬가지다. 반려동물이 숨지면 슬픔을 비롯해 상실감, 괴로움 등이 온몸을 억누른다. 이를 ‘펫로스 증후군’이라 한다. 대구경북 반려동물은 73만 마리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그만큼 처리해야 할 사체도 많다. 자녀처럼 키우던 반려동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어떻게 할까. 현행법상 동물 사체는 ‘폐기물’로 분류된다. 집에서 숨지면 ‘생활폐기물’로 분류돼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려야 한다. 동물병원에서 숨진 경우 ‘의료폐기물’로 분류돼 일회용 의료도구와 다른 동물들과 함께 소각된다. 다만 가족과도 같은 반려동물을 ‘쓰레기’ 취급해 버리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반려인이 대다수다. 남은 방안은 반려동물 장묘업체를 찾아 장례를 치르는 것뿐이다. 하지만 장례를 치르는 것이 녹록지 않다. 반려동물 수와 비교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경북은 5곳 있지만, 대구는 단 한 곳도 없다. 다수 사업자가 법정 소송까지 불사하며 대구지역 건립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지역 주민들이 ‘혐오 시설’로 인식하는 탓이다.

얼마 전 대구 달성군 주민이 개최한 ‘동물화장장 건립 반대추진위원회 발대식 및 주민설명회’를 다녀왔다. 당연히 이 자리에 모인 주민은 동물화장장 건립을 반대했다. 하지만 지역사회에선 찬성 의견도 상당하다. 주민이 반대하는 현풍읍 성하리 동물화장장 건립 예정지로 발길을 돌렸다. 주변엔 임야, 공장뿐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민가는 다소 멀었고, 건축 규모도 생각보다 적었다. 하지만 조상 대대로 터를 잡고 살아온 원주민이 많은 지역 특성상 설득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사실상 승산이 없다. 만약 이곳에 민간이 동물화장장 건립에 성공한다면 대구와 인근의 반려동물 사체는 몰린다. 그러면 업주는 상당한 수익을 올린다. 이미 사업 승인을 득했기 때문에 지역 환원 사업도 형식적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지자체에서 공립 장묘 시설을 건립하면 어떻게 될까. 사실 달성군은 지난해 현풍읍 자모리 인근 옛 달성위생사업소 1만4천134㎡ 터에 사업비 70억원을 들여 화장 시설이 포함된 반려동물 테마파크를 만들려고 했다. 대구에선 이만한 입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최적지였다. 하지만 일부 주민 반대로 보류됐다. 달성군이 이곳에 반려동물 놀이 시설뿐 아니라 동물 화장시설, 장례시설, 추모공원을 건립해 운영했다면 이 일대는 상전벽해를 기대할 수 있다. 달성군은 건립에 따른 인센티브 일환으로 지역 현안 예산을 전폭적으로 쓸 명분도 생긴다. 건립 이후에는 이곳을 오가는 시민들로 인해 지역 문화관광산업과 경제가 크게 살아날 게 분명하다. 반려동물 테마파크 운영에 따른 수익은 지역 정주 여건 개선에 지속해서 쓸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국 주민은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재산까지 늘어나는 셈이다. 전북 임실군은 오수면에 반려동물 안식처·장례식장·화장장 등을 갖춘 ‘오수 펫 추모공원’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경기 이천시는 최근 화장시설 설치 후보지를 공모했다. 그 결과 3개 마을과 민간업체 1곳 등 4곳이 신청하며 유치전을 벌이는 분위기다. 사업을 신청한 주민들은 개발 행위로 편리하고 쾌적한 지역 사회로 거듭나길 희망하고 있다. 대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변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지역주민들은 공립 장묘시설 건립에 대승적 관점에서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그게 지역이 살길이다.
강승규 사회부 차장

강승규 기자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